2012년 10월 28일 일요일

국제결혼 정보 공유 시스템 도입 시급


#1. 포항에 거주하는 A(56)는 지난해 6 15살 차이나는 필리핀 여성과 국제결혼 했다. 늦은 결혼이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자식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이 한국국적을 가진 뒤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2. 50대 남성과 국제결혼을 해 포항에 정착한지 3년차에 접어든 B(25··베트남)는 아직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문화와 한국문화 차이 때문이다. 결혼 전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넘어왔지만, 시어머니의 간섭과 가부장적인 남편의 태도에 숨이 턱턱 막힌다. 최근 이주여성들의 가출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감이 든다.

국제결혼이 농촌에서 도심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결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은 결혼중개사무소 등을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 가정을 꾸리지만 대부분 극심한 나이차이와 서로 다른 문화, 고부간의 갈등, 명절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다.

반대로 1천여만원의 결혼 비용을 부담하면서 까지 국제결혼을 한 남성은 자식을 낳거나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생각 등을 갖고 가정을 이룬다.

문제는 이들 다문화 가정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

이주 여성의 경우 결혼한 뒤 한국국적을 취득하면 취업 등을 이유로 가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남성들 또한 생활고 등을 겪으면서 폭행을 서슴치 않아 이혼과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2일 현재 도내 다문화가정은 1167가구로 이 가운데 1660여명이 이혼 또는 아내의 가출을 겪고 있다.

포항에도 올들어 이혼 상담건수가 22, 아내의 가출을 토로하는 상담이 3건 이뤄졌다.

최근 포항 도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한 채 5만원권 지폐 305만원을 뿌린 50대 남성도 이주여성 아내의 가출에 이런 짓을 저질렀다.

이같은 일들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결혼전 서로의 정보를 확실히 알 수 없는 현 국제결혼 구조다.

여기에 결혼중개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상대의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혼이 성사되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이주여성의 정보를 속인 뒤 결혼, 국적취득과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브로커까지 생겨났다.

이에 정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 82일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령을 개정했지만 상대 국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한, 결혼중개소도 정확한 정보를 구할 수 없어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더 크다.

때문에 국제결혼시 서로간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 이들이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언어·문화교육이 이뤄지는 등 사회전반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제결혼이 농촌에서 도심으로 옮겨가면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맞춰 이혼·가출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문제를 막기 위해 국가간 결혼당사자의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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